01도입: 세탁기와 로봇, 그리고 노동의 의미
이 도입부의 핵심 대비는 "노동을 줄이는 기계(세탁기)" 대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입니다. 전자는 인간을 보조하지만, 후자는 인간의 일자리와 사회 구조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술적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또한 "연구실 시제품(prototype)"과 "양산 제품"의 차이를 강조하는 대목은 로봇공학의 현실적 제약을 보여줍니다. 연구에서는 성능 좋은 부품을 자유롭게 쓰지만, 상용화에서는 단가(cost)·신뢰성·대량 생산이라는 전혀 다른 제약이 지배합니다. 이 간극이 로봇이 "곧 우리 일상에 들어온다"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만드는 핵심 이유입니다.
02휴머노이드 개발 경쟁과 양산·단가의 벽
여기서 말하는 '양산의 벽'은 로보틱스 업계의 오랜 난제입니다. 연구용 로봇은 정밀도·성능을 위해 고가의 모터·센서·감속기를 쓰지만, 이 부품들이 전체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휴머노이드 한 대에는 수십 개의 액추에이터(actuator)가 들어가므로, 모터 단가가 조금만 높아도 전체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치솟습니다. 그래서 '양산가 = 판매가의 약 1/20'이라는 거친 경험칙으로 100만 원이라는 목표 단가가 제시된 것입니다.
참고로 맥슨 모터는 스위스제 정밀 DC 모터로, 정밀 로봇·의료기기·우주 탐사선에까지 쓰이는 고급 부품의 대명사입니다. 랩에서는 당연하게 쓰지만 양산 제품에는 그대로 넣기 어렵다는 점이, 시연과 상용화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03연구실 정체성: '설계'란 무엇인가
이 섹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계적 지능(mechanical intelligence)' 혹은 물리적 지능입니다. 보통 로봇을 똑똑하게 만든다고 하면 센서·알고리즘·제어기를 떠올리지만, 교수님의 접근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멀티트랙이나 유연한 트랙처럼 몸체(하드웨어) 자체의 형상과 물성을 잘 설계하면, 복잡한 제어 없이도 환경에 알맞게 반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로봇공학에서 형태 지능(morphological computation)이라 불리는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지막의 접촉 모델링 이야기가 왜 중요한지 직관적으로 보면, 바퀴는 항상 매끄럽게 구르므로 동역학 방정식이 하나로 유지되지만, 변형 바퀴는 굴렀다가 한 점으로 콕 찍었다가 두 점으로 닿는 식으로 '접촉 모드'가 순간순간 전환됩니다. 모드마다 운동 방정식이 달라지므로 하나의 매끄러운 제어기로 다루기 어렵고, 그래서 모드 전환을 명시적으로 다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론이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04교수의 연구 이력: 다양한 플랫폼들
중간에 나온 학생의 졸업 연기 일화나 "정년퇴직 때까지 안 풀릴 주제라 연료전지를 한다"던 교수님 이야기는, 어려운 문제에는 두 얼굴이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하나는 정말로 풀기 힘들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만큼 연구할 거리가 많다는 뜻이라는 것이죠. 하이브리드/스위치드 시스템처럼 안정성 보장이 까다로운 주제일수록 좋은 연구 아이템이 될 수 있으니, 어렵다고 당황하지 말고 "내가 할 만한 영역"으로 받아들이라는 조언입니다.
용어를 짚자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구조가 외력에 부드럽게 휘는 성질로, 장애물 적응엔 유리하나 정밀 제어·하중 지지엔 불리한 전형적 트레이드오프를 보입니다. 롤링 컨택→포인트 컨택 전환은 바퀴가 변형될 때 접촉면이 선·면에서 점으로 바뀌며 운동방정식이 구간마다 달라지는 현상으로, 이를 모드별로 다른 동역학을 갖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모델링합니다. 백스테핑은 비선형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안정화하는 제어 기법이고, MPC(Model Predictive Control)는 입력 구속을 명시적으로 다룰 수 있어 입력 튐 문제 보완에 적합합니다.
05모바일 그룹 ①: 군집 임무와 멀티트랙 기계 지능
"어렵다"는 것을 두 가지로 나눠 보라는 조언이 핵심 메시지입니다. 하나는 단순히 구현이 힘든 것, 다른 하나는 그만큼 연구거리가 많다는 것 — 후자로 보면 좋은 연구 아이템이 됩니다. 정년퇴직 때까지 끝나지 않을 주제라서 연료전지(fuel cell)를 한다던 교수님 일화처럼, 난이도가 오히려 "내가 해볼 만한 영역"의 신호일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다만 이 연구실은 어려운 제어 문제 자체보다 실제로 쓸 수 있는 것을 지향합니다.
그 사례가 CES 전시를 계기로 만든 계단 오르기 배달 로봇입니다. 4절 링크(four-bar linkage)로 홈이 계단 모서리에 걸쳐지며 올라가 물건을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mile delivery)하는 단순하지만 안정적인 구조죠. 약점 퀴즈의 정답은 방향 전환(바닥 휠 두 개로 해결 가능)이 아니라 계단 치수 의존성(stair-size dependency)입니다 — A 아파트에 맞춰 설계하면 B 아파트에선 못 쓰니까요. 해법은 "안 되면 말랑하게" — 스포크에 소프트(soft) 재질을 붙여 다양한 계단 간격·크기에 적응(adaptation)·접지력·릴리스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지만, 부드러운 재질이라 딱딱한 버전보다 다소 불안정한 트레이드오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연구가 응용처(precision/유용성)를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재미 위주로 접근하는 문화 차이를 언급하며, 미국 마크인 교수와 함께한 리컨피규러블 트러스(reconfigurable truss) 과제를 다음 주제로 예고합니다.
06로우 레벨 시뮬레이션과 직관 키우기
스위치드/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어려운 이유는, 연속적인 동역학(continuous dynamics)과 이산적인 모드 전환(discrete mode switch)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휠이 굴러가다가 한 점 접촉에서 두 점 접촉으로 바뀌는 순간마다 지배 방정식이 교체되므로, 단일 모드에서 안정한 컨트롤러를 설계해도 전환 시점에서 전체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백스테핑 → MPC → 강화학습으로 옮겨가는 흐름은, 제약을 명시적으로 다루거나(MPC) 모델 없이 정책을 학습(RL)해 이 전환 문제를 우회·완화하려는 자연스러운 시도입니다.
실용 지향의 사례로 CES 출품을 계기로 만든 계단 등반 배달 로봇이 소개됩니다. 4절 링크(four-bar linkage)로 스포크(홈)를 계단 모서리에 걸치며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단순한 구조인데, 핵심 약점은 계단 치수 의존성(stair-size dependency)입니다. A 아파트에 맞춰 설계하면 B 아파트에선 못 쓰죠. 이를 풀려고 소프트/플렉서블 스포크(soft·flexible spoke)를 도입하는데, 여기엔 노면 적응(adaptation), 접지력(traction), 미끄럼 방지(slip 방지)가 동시에 요구됩니다. 실제 계단은 보통 한 트랙당 8~12칸이라는 점을 활용해 간격을 조절하면 다양한 크기의 계단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듈러 로봇(modular robot)과 리컨피규러블 트러스(reconfigurable truss)가 등장합니다. 동일한 모듈을 레고처럼 조합·재구성해 하중을 받치거나 구조체로도 쓰는 개념으로, 가장 큰 활용 스토리는 우주(space) 환경입니다. 바퀴 하나가 없어도 모듈을 재조합하면 대응할 수 있는 리던던시(redundancy)가 핵심 가치입니다. 한미 공동 연구와 학생 해외 파견(스위스 캠프 등)도 이런 선도적 시도의 일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07모바일 그룹 ②: 변형 바퀴(스포크)와 하이브리드 제어
제목의 "하이브리드 제어"는 이런 변형 바퀴의 본질과 연결됩니다. 스포크가 계단에 걸렸다 떨어졌다 하는 순간마다 로봇의 접촉 상태가 바뀌는데, 이렇게 접촉(contact) 모드가 이산적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을 스위치드 시스템(switched system) 혹은 하이브리드 동역학(hybrid dynamics)이라 부릅니다. 연속적인 주행 동역학과 이산적인 접촉 이벤트가 섞여 있어, 각 접촉 국면(phase)마다 다른 제어기를 쓰거나 학습 기반으로 전환을 다뤄야 안정적인 등반이 가능합니다.
소프트 스포크가 어려운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접지력을 높이려 재질을 무르게 하면 변형이 커져 모서리에서 미끄러지거나(릴리즈 실패) 형상이 무너지기 쉽고, 반대로 단단하게 하면 적응성이 떨어집니다. 강성(stiffness)과 순응성(compliance)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이런 소프트·변형 로봇 설계의 핵심 난제입니다.
08계단 배달 로봇과 '소프트(S)' 적응
줄에 매달린 로봇의 모델링이 어려운 이유를 직관적으로 보면, 천장에서 단순히 매달기만 할 때는 줄이 스프링(spring)처럼 거동해 "낭창낭창한" 단순 모델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윈치로 줄을 감으며 로봇이 줄을 잡고 자력 이동하면, 접촉면에서의 미끄러짐과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장력 분포가 더해져 운동을 예측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설치 시간이 실제 청소 시간보다 더 큰 병목이라는 점(숙련자 3~4분 vs. 윈치 방식은 하루)도, 현장 로봇에서는 '성능'만큼 '설치·운용 편의'가 중요한 설계 변수임을 보여줍니다.
09모듈러·트러스 로봇과 미국식 연구 문화
이 섹션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마지막 당부에 압축돼 있습니다 — "랩에서 연구하더라도 항상 현장을 직접 가보고 과연 실제로 쓸 수 있을지 고민하라." 외벽청소 로봇 사례가 그 전형입니다. 셋업된 실험 환경에서는 잘 돌아가지만, 곤돌라 의존성·옥상 접근성·관공서 행정 같은 현실 제약이 실용화를 가로막습니다. 연구실의 "재미있는 문제"(어려워서 논문이 되는 문제)와 현장의 "쓸 수 있는 문제"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술적으로 줄 매달림 방식이 어려운 이유를 직관적으로 보면, 윈치로 위에서 매달면 줄이 스프링처럼 모델링돼 비교적 단순하지만, 로봇이 줄을 직접 잡고 오르내리면 접촉부 미끄러짐과 위치에 따라 변하는 장력 분포(위는 큰 장력, 아래 자유단은 0)를 실시간으로 다뤄야 해 훨씬 까다롭습니다. 룰 베이스 제어로 이 모든 비선형성을 다루기 어려워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의 액터-크리틱 구조로 전환한 것은, 모델링이 어려운 시스템을 데이터 기반 학습으로 우회하는 최근 로보틱스의 전형적 흐름입니다.
10막간: 연구실 유튜브 채널 홍보
줄을 "잡고 오르는" 로봇이 "위에서 매달린" 로봇보다 어려운 이유는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에 있습니다. 위에서 매달면 줄은 단순 스프링처럼 한쪽 끝만 고정된 깔끔한 모델이 되지만, 등반형은 로봇이 줄의 중간을 물고 이동하므로 접촉점 위·아래로 장력이 불연속하게 갈리고 미끄러짐(slip)까지 더해져 상태 추정이 비선형·불확정적이 됩니다. 그래서 룰 베이스 제어가 한계에 부딪히고 학습 기반(actor-critic 강화학습)으로 넘어간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비파지 조작(non-prehensile manipulation)은 손으로 집지(grasp) 않고 밀기·긁기·쓸기처럼 환경과의 접촉을 이용해 물체를 다루는 방식을 말합니다. 젓가락·휴지·얇은 포스트잇처럼 집기 어렵거나 인식조차 어려운 대상이 많아, 결국 사람도 "쓸어 담기"로 해결하듯 로봇도 단일 파지보다 이런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언급된 용어입니다.
11서비스 로봇 ①: 외벽청소 로봇의 진화
이 강연 후반부에는 연구 일반에 대한 조언과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식사 후 설거지(식판 정리)를 보며 떠올린 식판 청소 로봇 사례에서는, 그리퍼 설계, 비파지형 조작(non-prehensile manipulation — 밀기·긁기), 적재(stacking), 효율적 처리 순서 같은 로지스틱스 문제와, 젓가락·휴지처럼 인식이 어려운 잔여물을 결국 한꺼번에 쓸어 담는 식으로 해결한 한계를 소개합니다. 또한 판을 접어 강성을 높이는 요리감(주름) 구조처럼 판 구조(plate structure)에 대한 관심도 언급됩니다.
질의응답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① 특허 — 기계 메커니즘은 눈에 보여 모방이 쉬우므로(중국 등 카피 우려) 특허와 논문을 함께 내는 전략이 중요하다. ② 3D 프린팅 vs 기계 가공 — 교수님은 가공을 해봐야 가격·형상·효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철학에서 가급적 기계 가공을 유도(연구실에 CNC 보유)하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3D 프린팅을 선호한다. ③ 메커니즘 아이디어의 원천 —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자기 분야를 깊이 파고(specialization) 다른 연구실 사례를 부지런히 많이 보는 것이 핵심이며, 혼자보다 함께 디스커션할 때 1+1이 2를 넘는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외벽 청소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줄이 길어져 외풍(바람) 영향이 더 커지고, 바람이 불면 작업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안전·환경 제약도 지적합니다.
12서비스 로봇 ②: 식탁 정리 그리퍼와 연구의 마무리
특허(patent) — 메커니즘 기반 설계는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눈에 바로 보여 따라 하기 쉽기 때문에(중국 등 복제 우려) 보통 특허를 먼저 내고 논문을 냅니다. 다만 회사가 아닌 연구실 현실상 모든 것을 특허화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3D 프린팅 vs 기계 가공(machining) — 발표자는 의외로 "3D 프린터 반대론자"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으로 기계 가공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가공을 거쳐야 비로소 설계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3D 프린트 하면 된다"며 비현실적 설계를 들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기계 가공을 전제로 하면 가격·형상을 효율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어 교육적으로 중요하다는 철학입니다. 그래서 연구실에 CNC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학생들은 3D 프린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번에 뚫을 수 있는지, 부품 수(part count)가 늘어날 때의 가격 차이 등을 보고 가공 방식을 판단해야 합니다.
메커니즘 아이디어의 원천 — "산책하고 차 마시며" 떠오른다는 답은 어렵지만, 핵심은 식단처럼 규율 있게(disciplined) 꾸준히 하는 것과 무엇보다 많이 보고 많이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다른 랩(예: 김완수 교수님 랩)의 사례를 부지런히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외풍(disturbance) 영향 — 줄 끝에 매달릴수록 줄이 길어져 외풍에 더 취약합니다. 그래서 작업을 외풍이 적은 아래쪽에서 끝내도록 설계했고, 보통 한 줄로 매달았을 때의 제약이 있어 바람이 불면 작업을 다시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용어표 · English ↔ 한글
스스로 점검
- 세탁기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다른가? 왜 그 차이가 삶의 디자인 문제로 이어지는가?
- 랩에서의 시연과 실제 양산(2천만 원 판매를 위한 100만 원대 단가) 사이에는 어떤 현실적 장벽이 있는가?
- '기계적 지능'이란 무엇이며, 멀티트랙·컴플라이언스 설계가 어떻게 복잡한 제어를 대신하는가?
- 변형 바퀴(스포크)에서 접촉이 롤링→포인트→더블포인트로 바뀌는 것이 왜 하이브리드 제어 문제를 만드는가?
- 계단 배달 로봇의 4절 링크 방식의 한계는 무엇이고, '소프트(S)' 적응이 어떤 트레이드오프를 갖는가?
- 줄에 매달린 외벽청소 로봇에서 텐션 모델링이 왜 어려운가? 곤돌라형 대비 장단점은?
- 교수가 강조한 '어려운 문제 = 연구할 거리가 많은 문제'와 '현장을 가보라'는 조언을 자신의 연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